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90

비오는 가을밤 Grouse Mountain의 추억을 떠올리다 2020년이 황망하게, 정신없이 지나간다 싶더니 이제 두달도 채 남지 않았다. 11월의 쌀쌀한 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비오는 밴쿠버 - 레인쿠버'에 접어들었나보다. Happy New Year~ 호기롭게 외치며 폭죽 아래 환호했던 새해 첫날 우린 이런 2020년을 상상이나 했을까. 2월에 들리기 시작한 드라마같은 뉴스는 3월부터 현실이 되어 여름에 끝나려나 가을에 나아지려나 하다가 이제 2차 확산세가 맹렬하게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총 균 쇠'를 쓴 다이아몬드의 말이었던가, "이제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그저 지금까지처럼 시대의 한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살의를 느낄 때 참아야 하는 것처럼, 마스크를 벗고 싶어도 참고 살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아, 난 넷플릭스 명작 '킹.. 2020. 11. 5.
Rufus와 즐기는 나른한 오후 우리 Rufus와 나, 둘만의 오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잔잔하게 들으며 밀린 집안일을 후다닥 해치운 만족감에 잠시 Rufus 앞에 앉았다. 서머타임 해제로 아직 5시인데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할로윈의 남은 잔재가... 창밖 발코니 사이로 맞은편 집 나무 아래 걸린 귀신 인형이 흔들리네. 좀 치우세요 이제... 잠시 무서웠잖아요... 가로등 불빛 아래 낙엽들도 우수수 떨어지고... 밖은 꽤 추워졌다. 난 이 스산한 가을 저녁, 뒹굴기의 따스함을 만끽하고 싶어 담요를 가져다 소파에 앉았다. Rufus가 바라보는데 눈이 너무 예뻐서 뭐라도 주고 싶네. 원래 아무때나 무상으로(?) 막 주면 안된다고 아빠는 말했지만 엄마는 그냥, 그렇게 예쁘게 쳐다만 봐도 줘... 쉬운 사람이면 어떠니 넌데..... 2020. 11. 3.
캐나다, 귀신 아닌 사람이 남긴 할로윈의 상처 팬데믹에도 할로윈은 찾아왔다. Trick or Treat을 위해 한달 전부터 의상을 준비해 놓았던 딸 때문에 고민했다. 보내야 해 말아야 해, 대면 접촉을 피하고 최대한 Social Distance를 지키라는 당국의 권고가 있었고 이미 2차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자제하기로 하고 저녁에 특별히 재밌게 집에서 Trick or Treat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방이랑 화장실 등에 교대로 들어가 있다가, 문을 두드리면 나와서 Happy Halloween 하며 사탕을 줄게 했더니 좋아, 하고 단념했던 딸이 시끌 벅적... 이 파티를 포기못한 동네 사람들 분위기와 소리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아, 안되겠다. 그냥 우리 딸의 건강, 면역력을 믿고 한바퀴만 돌자. 모셔두었던 Da.. 2020. 11. 2.
밴쿠버 사는 진돗개 Rufus의 이민 일기 #1 Date of Birth : 2017년 1월 5일 Place of Birth : Korea Gender : Male Color of Eyes : Dark Brown Rufus의 이민 일기 #1 나는 대한민국, 진도에서 태어났다. 지금으로부터 어언 만 4년 전 1월 눈이 아주 많이 오던 날 용맹한 아빠와 귀족적인 자태의 엄마를 둔 나와 형제들은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눈처럼 하얗지만 조금씩 베이지의 털이 숨겨진, 순수 혈통을 가진 진돗개의 후예로서 자긍심과 품위 보다는 아직 눈밭을 구르며 장난치기 좋아하는 아기 강아지들이었다. 우리 가족을 사랑으로 돌봐주던 농장 할아버지가 우리들의 사진을 자꾸 찍었다. 왠지 나를 중심으로 찍는 듯한? 흠... 잠결에 들었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Cana.. 2020. 10. 31.
맛있는 맥주 달콤한 시간 #3 - Legends Bistro at the Cultus lake 이곳 BC주 총선 결과가 어젯밤 윤곽을 드러냈다. 아직 우편 투표 집계가 남아 있긴 하지만 집권당 NDP의 승리가 확실해졌다는 뉴스를 봤다. 역시, 1000불 지원 공약이 먹힌건가. 우린 어제 자유당에 투표하러 가고 싶었으나 아이들 일정이 바쁜 관계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차피 그 한표는 버려질 뻔 했을 정도로 NDP가 압승을 거두었으니 별로 억울해하진 말자. 자, 나랏일은 그분들에게 맡기고 우린 집안일에 신경쓰자. 오늘도 어김없이 주말 골프 라운딩, 우리 아이들의 취미, 건강에 도움을 주고 특기를 만들어주고자 시작한 일인데 점점 과열되고 있다. 본인들도, 아빠도. 난 그 과열에 동참하지 않는다. 그들을 기다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 요즘 나의 또다른 행복이므로. 오늘은 집에서.. 2020. 10. 26.
맛있는 맥주 달콤한 시간 #2 - BBQ Chicken 밴쿠버 코퀴틀람의 한인 타운에 자리잡은 한국의 BBQ 치킨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큰 한국 마트 체인점과 안경점 그리고 미용실 등이 들어서며 조금씩 한인 타운이란 이름에 걸맞는 모양새를 갖춰가기 시작했었다. 이젠 그 한국 마트에 캐나다인과 중국인들이 북적이고 한국식 디저트 집, 삼게탕 체인점까지 다양한 업종의 스토어들이 자리잡아 한바퀴 돌면 웬만한 볼 일은 다 끝낼 수있는 번화한 상가가 되었다. 물론 한국에서 처음 도착해 공항에서 Kings way를 지날 때 드문드문 보이던 한국어 간판들은 마치 정겨운 한국 시골길 같이 느껴지게 했었고 그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많이 달라진 모습. 퇴근길 주로 Take out으로만 맛보았던 BBQ 치킨,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기하고 연락처를 남기는 절차가 좀 번거.. 2020.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