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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새벽까지 통화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젯밤 얼핏 잠이 들었나 했는데 웅얼웅얼 저음의 말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눈을 떠 전화기를 켜니 새벽 3시 11분 이상하다. 말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가 보니 물론 그 저음의 목소리를 낼 사람은 딸이 아닌 열네살 변성기 아들인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따라가보니 아들 방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나도 모르게 몰래는 아니지만 너무 놀라지는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뭐 하니?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침대에 누워 이어폰을 꽂고 신나게 통화중이던 우리 아들이 말했다. "응, 이제 Work 다 했어, 잘게" 난 더이상 유치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 쿨한 척 문을 닫고 나오며 말했다. "응 그래 얼른 자~"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하루종일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문득 마음이 어두워졌다. 나의 사랑하는.. 2020. 11. 27.
건강한 어른이 되는 길 17가지 내 주변에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 많이 있다. 물론 간접적으로 혹은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은 그저 헐~ 하고 돌아서면 그 뿐. 그러나 이 사람들은 잊을 만하면 나타나고 하루에 한번 이상 말이나 글로 '정중하게 대적' 해야 할 때도 있다. 아, 어떻게 저런 위선적인 모습으로 저 나이까지 살아올 수 있었을까. 어떻게 저 나이를 먹을 때까지 한치의 겸손함도 반성도 배우지 못했을까. 어쩌면 저렇게 겸허와 공감을 모르며 본인들만의 환상과 아집 속에 살아올 수 있었을까. 결심한다. 두가지를. 첫째는 나는 저렇게 나이들지 말아야지 둘째는 내 아이들은 절대 저런 인성을 갖도록 키우지 말아야지. 한가지 감사한 일이 있다면 안 좋은 예들을 잊을만 하면 보여주기에 그 때마다 나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최영희 정신건강.. 2020. 11. 25.
루퍼스와 아들, 둘 다 아기였네 우리 루퍼스 생일은 1월 5일 이제 새해가 올테니 곧 네살이 된다. 어느 블로그에서 알려준 반려견 나이 계산법에 따르면 대략 20대 중 후반이 되는 듯하다.벌써 20대라니. 이런 천방지축 아기가. 문득 그리움과 추억에 젖어 몇년 전 아기때 사진을 들여다본다. 우리 루퍼스도 태어난지 4개월 된 조그만 퍼피였고 우리 아들은 아직 Gr.5 였었나. 둘 다 아기였네. 돌아가고 싶다. 루퍼스도 내 품에 쏘옥 안기고 아들도 목욕시켜 머리말려 뽀뽀하고 재우던 그 때로. 지금은 루퍼스가 일어나면 날 덮칠 듯 어깨에 손을 턱 얹어 반기고 이제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커진 아들은 엄마가 삐진 척 하면 두팔 벌려 이리와 안아줄게 한다. 이젠 목욕도 혼자 하고 등 닦아준다고 하면 괜찮다고 하며 친구들과 전화할 때 문을 살짝.. 2020. 11. 23.
나도 그들처럼 눈 감을 수 있을까 어제 아침이었나, 국제 뉴스를 훑어가며 무심히 지나치던 중 눈길을 사로잡고 생각을 멈추게 하는 소식이 있었다. 이탈리아의 한 80대 부부가 63년 해로한 생을 한날 함께 마감했다는 뉴스였다. 82세의 남편과 아내는 동시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왕진 의사가 독감으로 오인해 감기약만을 처방받고 고열에 시달리던 부부는 일주일 뒤 응급실로 실려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한지 나흘만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남편이 먼저 눈을 감았고 한시간 뒤 아내가 그 뒤를 따랐다. 눈을 감기 전 아내가 했다는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 "남편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끼고 싶으니 남편의 재킷을 갖다 주세요" 외로워서 그랬을까 두려워서 그랬을까 그리워서 그랬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이제 22년 살았는.. 2020. 11. 22.
혼술 즐기는 나, 알코올 의존증일까? 자가진단에 도전하다 오늘 아침, 나의 출근 후 첫 휴식 Starbucks 커피를 큼직한 두스푼으로 필터에 넣고 뜨거운 물을 살살 부어가며 정성스럽게 내린 뒤 달콤한 카스테라 한입, 진한 커피 두모금 이어폰에서는 좋아하는 Jazz 뮤직이 흘러나왔고 그렇게 잠시 읽을 거리를 동반하면 완벽한 하루의 시작. 건강 관련 기사를 읽다가 눈이 번쩍 가슴이 뜨끔했다. 기사 제목을 읽을 때 마치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환청이 들리는 듯 했다. "혼술, 홈술 그만하고 알코올 의존증 체크부터" 허걱 내 얘긴가. 보통은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나에게 주는 상으로 맥주 한잔 어떤 날들은 스트레스를 너무 참았거나 혹은 안 참고 성질 낸 뒤 열 식히려 맥주 한잔 저녁 노을이 너무 예쁘거나 빗소리에 설레는 마음 더 촉촉해지려 맥주 한잔 사랑하는 아.. 2020. 11. 20.
느낄 수 있는 삶에 감사하다 지난 일요일 늦은 오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걷다 무심코 이 사진 한 장을 찍었었지. 늦가을 비가 밤새도록 쏟아진 뒤 겨울 못지않게 청량하고 쌀쌀해진 바람을 찬 얼굴에 느끼며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덮인 알록달록 낙엽들을 밟으며 호오 호오 입김을 불어가며 걷고 있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Kissing You'가 흘러 나왔고 방금 마신 Pale Ale의 맛이 아주 촉촉히 젖어 있을 무렵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냥 해가 지려고 하는 그런 매일 보는 하늘이었는데 그 순간 난 내 삶에 감사했다. 이 시간에 홀로 낙엽을 밟으며 길을 걷고 있으나 쓸쓸하지 않고 20년 전 추억속의 그 영화 음악을 들으며 매일 보던 그 하늘을 바라보며 불현듯 내 삶에 감사.. 2020.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