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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72

금요일 밤, 바람이 분다 엊그제 자정을 향해가던 시각 이틀 넘게 열어보지 못했던 블로그를 열었다. 잘 때가 가장 예쁜 아이들, 포근하게 개뻗은 우리 루퍼스 그리고 남편 나 빼고 모두 깊이 잠든 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혼자만의 시간. 반가운 댓글에 답을 달거나 새로 올라온 글들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오랜만에 어떤 분의 댓글을 따라 들어간 티친님의 글에 매료되었다. 그 분의 블로그는 내가 몇달 전 티스토리를 처음 시작할 때 전문 지식이나 요리 실력 등 유익한 정보를 소개하는 수많은 블로그들 속에서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내 마음을 자유롭게 써도 될까 망설여지던 내게 아, 나와 같은 감성을 가진 분들이 이렇게 좋은 글을 쓰고 있구나 나도 여기 머무르며 구경하며 공감하고 싶다 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 첫번째 블로그였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2021. 2. 20.
내 딸의 첫사랑 엊그제 열살 생일을 맞은 나의 유별나고도 귀여우신 딸 이제 두자리 숫자의 나이를 갖게 되었다고 세상에서 가장 의젓한 소녀가 된 듯 어젯밤 방을 둘러보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2학년 3학년 때 그렸던 그림과 사진들 그리고 산처럼 쌓인 듯 그러나 나름 본인의 의도대로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캐릭터 인형들을 잠시 바라보더니 선언했다. 엄마, 이번 주말에 내 방을 확 바꿔야겠어. 다 다시 꾸며야 하니 도와줄 수 있어? 맘소사, 또 얼마나 뒤집어 놓으려고... 너무 아기같아 이젠 맘에 안든다는 것... 얼마 전부터 하이틴 소녀들의 SNS로 본 LED Light을 갖고 싶다고 해 사준 조명이 책장 윗 칸 보물처럼 모셔놓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백일 사진과 묘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난 그 모든 게 다 소.. 2021. 2. 18.
아들의 여자친구 그리고 나 열네살 우리 아들은 아기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온 마음을 빼앗은 존재다. 내게 '올가미'라는 별명을 안겨줄 정도로 아들을 보는 눈엔 하트와 꿀이 뚝뚝 떨어지고 좀 큰 뒤에는 동생 씻기느라 바쁜 엄마 때문에 언제부턴가 혼자 샤워하게 했던 게 문득 문득 미안해 지금도 등 밀어줄게 하며 따라다닌다. 언젠가 그 떄 얘기를 한 적 있다. 아들아, 엄마가 옛날에 네가 씻겨 달라고 했는데 엄마 지금 동생 씻기느라 바쁘니까 혼자 씻을래? 했더니 그날따라 기분이 그랬는지 네가 오늘은 엄마가 씻겨줘 하고 고집을 피우더라. 그런데 엄만 네가 원래 착한 앤데 왜 저러나 싶어 아 그냥 씻고 와 엄마 지금 바빠. 그랬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봤더니 그 이후로 네가 혼자 씻는 건가? 그런 생각에 마음이 아파. 너무 미안해... 이.. 2021. 2. 16.
어쩌겠니, 그게 인생인 걸... 항상 모든 상황에 감사하며 진중하게 노력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삶을 대하는 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예기치 못한 역경에 부딪히거나 고뇌할 문제가 닥치면 감사로 채웠던 마음은 한순간에 부정적인 마음으로 온통 변하며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절망하며 허덕이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 얼마전 어떤 어르신과 인생의 고달픈 일면에 대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나와 종교는 다르지만 학식이 높은 장로님이시고 연배도 아버지 정도이신 어려운 분이라 그저 경청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해 어느정도 동조를 하며 듣던 중이었다. 내게 일어난 말도 안되는 사고와 이미 저질러진 일, 누구도 수습할 수 없으므로 그냥 더 큰 탈이 없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난감함에 대해 다 괜찮을거라 위로를 건네시며 .. 2021. 2. 12.
이번 생은 할 수 없다 비오는 밴쿠버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맑고 화창한 일요일이었다. 우린 여느때처럼 아니 다른 날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필드에 나갔다. 오랫동안 내린 비로 땅은 아직 질퍽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예쁜 하늘을 즐기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기 때문. 그 진상은 처음 티샷 때부터 눈에 거슬렸다. 앞 팀이 11시 48분 티타임, 우리 가족이 57분이었는데 앞팀 풍채 좋은 백인 아저씨들이 다 모이기도 전에 어떤 오렌지 가이(guy) - 아이들이 붙인 이름- 가 혼자 시간도 안되었는데 치고 나가버렸다. 혼자 예약했기에 다른 일행과 합류하기 싫은 건 이해하지만 그렇게 자기 시간을 안지키면 뒷사람들은 황당하게 기다려야하고 순서가 밀리게 된다. 암튼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다들 그렇게 나름의 스타일대로 불평을 했지만 곧 자기 차.. 2021. 2. 10.
유서 하루의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 나에게 주는 휴식의 시간에 난 주로 내 자신에게 달콤한 맥주 한잔을 선물한다. 그리고 거기에 곁들여 남편과 넷플릭스에서 신중하게 고른 영화 한 편을 함께 보거나 아이들이 늦게 잠들어 영화 볼 시간을 놓친 밤엔 혼자 전화기에 이어폰을 꽂고 한국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을 즐기다 잠이 들곤 한다. 어젯밤 잠들기 싫어 버티는 아이들을 협박해 겨우 재워놓고 남편도 침대에 곱게(?) 뻗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아이들도 남편도 잘 때가 젤 예쁘다) 난 또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싫어하는 부분은 돌려버리고 관심있는 부분만 골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고맙다. 나의 선택은 노사연 이무송 부부의 28년 결혼생활을 짚어보며 오랜 갈등 끝 서로 화해하는 모습이었다. 그 중 어떤 장면에.. 2021. 2. 4.